8월의 폭주는 진짜였을까: 연승, 그리고 '운빨 시나리오'라는 잣대
지난 글 끝에 이런 질문을 남겼다.
시즌 안에서는 어떨까? "8월에 미친 듯이 이기던 팀"의 그 상승세는 진짜일까, 아니면 그것도 운일까? 동전 던지기에서도 앞면이 7번 연속 나오는데, 야구의 8월 폭주는 그것과 무엇이 다를까.
이번 글의 한 줄 요약은 이렇다.
거의 다르지 않다. 162경기를 치르면 "기세 없는 동전"도 7~8연승쯤은 거의 매번 한다. 우리 눈이 그 우연한 군집에 '기세'라는 이야기를 붙일 뿐이다.
먼저, 진짜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정하지
지난 글에서 우리는 시즌과 시즌 사이의 운을 봤다. 올해 잔차의 87%는 다음 해 사라졌다 — 운은 평균으로 회귀했다.
이번엔 한 시즌 안이다. 8월에 9연승을 한 팀을 보고 우리는 "불붙었다", "기세를 탔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게 진짜라는 걸 어떻게 보일까? 더 근본적으로, "진짜다"가 무슨 뜻이지?
여기서 데이터 분석의 가장 중요한 습관이 하나 등장한다. 어떤 패턴이 의미 있는지 판정하려면, 먼저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면 데이터가 어떻게 보였을까"를 알아야 한다. 그 "아무 일도 없는 세상"이 기준선이다. 실제 데이터가 그 기준선과 구별이 안 되면, 우리가 본 패턴은 착시다.
통계에서는 이 기준선을 귀무모델(null model) 이라 부른다. 이름은 딱딱하지만 발상은 단순하다. 우리 경우엔 이렇게 만든다.
한 팀의 한 시즌을, 매 경기 똑같은 확률 p로 이기는 편향된 동전으로 바꿔치기한다. 기세도, 기억도 없다. 어제 이겼다고 오늘 더 잘 던지지 않는다. p는 그 팀이 그 시즌 실제로 기록한 승률.
이 가짜 동전 시즌을 이 글에서는 "운빨 시나리오" 라고 부르자. "이게 다 운빨이었다면 데이터가 이렇게 보일 것"이라는 뜻이다.
운빨 시나리오를 수천 번 돌려보면
2024년 양키스를 보자. 94승 68패, 승률 .580의 강팀이었고, 8월에 8연승을 했다. "양키스 불붙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제 양키스를 운빨 시나리오로 바꾼다. 승률은 똑같이 58%인데 기세는 0인 동전. 이 동전으로 162경기 시즌을 2만 번 돌리고, 매 시즌의 가장 긴 연승을 센다. 그리고 묻는다 — 기세 없는 동전이 8연승 이상을 하는 시즌은 몇 퍼센트인가?
답은 58%다. 무(無)기세 동전도 절반 넘는 시즌에서 8연승을 한다. 양키스의 8연승은 특별한 게 아니었다. 동전이 흔히 하는 일이다.
이 숫자 — "운빨 시나리오에서 이 연승 이상이 나올 확률" — 를 앞으로 운빨 % 라 부르자. 높을수록 평범한(운으로 충분히 설명되는) 연승, 낮을수록 동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연승이다.
심지어 역대급 강팀도 비슷하다. 2022년 다저스는 111승을 한 괴물이었고 12연승을 했는데, 그 12연승조차 운빨 %가 41%다. 같은 승률 동전이 10번에 4번은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림: 진짜 팀과 동전을 나란히 놓으면
연승 길이 하나로 끝낼 일이 아니다. 시즌 전체의 흐름을 보자. 최근 10경기 승률(직전 10경기 중 몇 승)을 경기마다 계산해 이으면, 시즌 내내 오르내리는 곡선이 된다. 8월의 폭주는 이 곡선이 위로 치솟는 구간으로 보일 것이다.

파란 선이 실제 팀의 곡선이다. 회색 띠는 운빨 시나리오 — 같은 승률·기세 없는 동전의 10경기 승률이 80% 확률로 머무는 구간이다. 띠가 평평하다는 데 주목하자. 동전엔 추세가 없으니, 동전의 곡선은 위아래로 출렁여도 평균적으로는 한 높이에 머문다.
이제 핵심이다. 실제 팀의 파란 곡선은 분명히 출렁인다 — 치솟았다가 가라앉는다. 그런데 그 출렁임의 대부분이 회색 띠 안에서 일어난다. 다시 말해, 우리가 "8월의 상승세"라 부른 그 봉우리는, 기세 없는 동전도 만들어내는 출렁임과 구별되지 않는다. (위 팀을 바꿔가며 직접 비교해봐도 좋다 — 대부분 곡선이 띠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숫자로 닫기: 이긴 다음에 더 잘 이기던가
곡선은 직관적이지만 눈을 속일 수 있다. 숫자로 못을 박자. 모멘텀이 진짜 있다면, 이긴 직후에 더 잘 이겨야 한다. 그래서 직전 경기 결과로 갈라 승률을 본다 — 통계에서 말하는 조건부 승률이다.

2021–2025 다섯 시즌, 150개 팀-시즌을 모두 모아 보면:
- 직전 경기를 이긴 다음 승률: .516 / 직전 경기를 진 다음 승률: .485. 차이는 고작 3푼이다. 기세가 진짜라면 이 둘이 크게 갈려야 하는데, 거의 붙어 있다. (작은 차이마저도 강팀이 약팀보다 연승·고승률을 함께 갖는 데서 오는 착시가 섞여 있다.)
- 연승·연패가 비정상적으로 뭉쳐 있는지 보는 연속(runs) 검정의 z 값도 평균 −0.15 — 0 근처다. 시즌 전반에 걸쳐 "뭉침"이라 할 게 없다는 뜻이다.
- 그리고 헤드라인: 150개 팀-시즌의 최장 연승 중 90%가 운빨 시나리오 90% 구간 안에 든다. 열에 아홉은, 그 시즌 가장 길었던 연승조차 동전이 흔히 만드는 길이였다.
그럼 진짜는 하나도 없나
아니다. 그게 이 분석의 묘미다. 90%가 운빨이라면 10%는 아니다. 운빨 %가 낮은 순으로 줄을 세우면, 동전으로 설명되지 않는 진짜 예외들이 위로 올라온다.

- 2021년 카디널스 — 17연승 (운빨 0%). 9월에 17연승으로 플레이오프를 거머쥐었다. 같은 승률 동전이 2만 시즌을 돌려도 거의 나오지 않는 길이다.
- 2022년 매리너스 — 14연승 (운빨 2%). 21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끌어낸 그 연승이다.
- 2025년 트윈스 — 13연승 (운빨 0%). 심지어 승률 .436의 약팀이었다. 약팀의 13연승은 동전으론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팀들의 연승은 진짜였다. 동전 잣대를 들이대도 벗어나는, 통계적으로 이례적인 사건이다. 평균 회귀 때와 똑같은 결론 구조다 — 대부분은 운이고, 칼로 가르고 남는 소수가 진짜다.
정리하면
- 시즌 내 연승이 "진짜"인지 보려면, 기세 없는 동전(운빨 시나리오)이 같은 승률에서 뭘 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 그게 귀무모델이다
- 양키스 2024 8연승은 운빨 58%, 다저스 2022 12연승조차 41% — 강팀의 연승도 대부분 동전이 흔히 하는 일
- 10경기 승률 곡선은 출렁이지만 대부분 운빨 시나리오 띠 안, 조건부 승률은 직전 승 .516 vs 직전 패 .485로 거의 안 갈린다
- 최장 연승의 90%가 운빨 90% 안. 카디널스 2021(17연승)·매리너스 2022(14연승) 같은 10%만이 진짜 예외다
8월의 폭주는, 대개는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데이터는 동전이 만든 우연한 봉우리를 보여줄 뿐인데, 뇌가 거기에 "각성"이라는 서사를 붙인다. 이건 야구만의 함정이 아니다 — 펀드매니저의 연승, 도박사의 '필', 면접관의 직감, 어디서나 사람은 랜덤한 군집을 실력으로 오독한다.
다음으로 가는 다리
지금까지 우리는 시즌 안의 출렁임이 대부분 운이라는 걸 봤다. 그렇다면 한 가지가 더 궁금해진다.
시즌 안에선 운빨이었다. 그럼 시즌 끝은 어떨까? 9월에 펄펄 날며 시즌을 마친 팀은, 그 기세를 다음 시즌 4월까지 가져갈까?
시즌 내 경기 사이엔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시즌의 마지막 한 달 성적은 — 로스터가 자리를 잡고 유망주가 올라온 결과라면 — 어쩌면 다음 시즌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다음 글에서는 시즌 후반 성적이 다음 시즌을 예측하는지 본다. 시즌 안의 노이즈와 시즌 끝의 신호, 그 경계를 다루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 분석은 직접 만든 just-mlb 의 Q5 페이지에서 직접 만져볼 수 있다. 팀·시즌을 바꿔가며 곡선이 운빨 띠를 벗어나는지 보고, 전 팀 표를 운빨 % 순으로 정렬해 "진짜 예외" 팀들을 직접 찾아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