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으로는 부족하다: 5년 치 데이터로 다시 본 득실차와 승률

지난 글에서 2025시즌 30팀 데이터로 r값을 구했어요. 결과는 0.927이었고, "매우 강한 양의 상관관계"라는 결론을 냈어요.

그런데 찜찜했어요.

데이터가 30개뿐이었기 때문이에요. 하필 2025시즌이 유난히 깔끔한 해였을 수도 있어요. 2024년에도, 2023년에도 이렇게 나올까요? 아니면 r = 0.927은 2025시즌에만 나온 값일까요?

확인하는 방법은 하나예요. 데이터를 더 모으는 거예요.


샘플이 적으면 생기는 일

동전을 10번 던져서 앞면이 7번 나왔다고 해 볼게요. "앞면이 나올 확률이 70%"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없어요. 10번으로는 아무것도 단정할 수 없어요. 같은 실험을 다시 하면 앞면이 4번 나올 수도, 6번 나올 수도 있어요. 동전이 공정한지 판단하려면 수백 번은 던져 봐야 해요.

데이터 분석도 같아요. 30팀, 한 시즌으로 얻은 r = 0.927은 "그 30개 점에 대한 답"일 뿐이에요. MLB 전체에 대한 답이라고 말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해요.

많을수록 좋지만,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에요. 어떤 데이터를 더 모을지도 중요해요.


왜 2020은 빼야 할까

가장 쉬운 확장은 "최근 몇 년 치를 더 가져오는 것"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함정이 하나 있어요.

MLB의 2020시즌은 60경기만 치렀어요. 원래 162경기인데 코로나 때문에 3분의 1 정도만 뛰었어요.

이게 왜 문제일까요? 득실차(Diff)는 "한 시즌 동안 득점 − 실점"이에요. 162경기를 치른 해는 득실차가 ±200을 넘나들지만, 60경기만 치른 2020시즌은 ±60 근처에서 움직여요. 축의 스케일이 완전히 달라요.

그대로 섞으면 2020시즌 점들이 원점 근처에 몰려서 다른 시즌과 전혀 다른 분포로 찍혀요. r값은 계산되지만, 그 값을 해석하기가 어려워져요.

그래서 2020은 빼기로 했어요. 대신 2021~2025, 5시즌, 150개 점을 써요. 모두 162경기 풀시즌이에요.

"데이터를 더 많이 쓰면 좋다"가 항상 맞는 건 아니에요. 같은 조건에서 잰 데이터만 섞어야 해요.


5시즌을 한 그래프에 찍어 보기

2021부터 2025까지, 150개 팀 시즌을 한 산점도에 올렸어요. 시즌별로 색을 다르게 했어요.

2021~2025 5시즌 150팀의 득실차와 승률 산점도, 시즌별 색 구분

색이 섞여 있지만, 모든 시즌이 같은 패턴을 따라가요. 특정 시즌만 다르게 움직이는 모습은 없어요. 점 개수는 5배로 늘었는데 모양은 그대로예요.


숫자로 확인하기

눈으로 보는 건 여기까지예요. 진짜 질문은 이거예요.

r값은 어떻게 변했을까?

전체 150개 점으로 계산한 r값과 시즌별 r값 5개를 나란히 봤어요.

전체 150팀 r값과 2021~2025 시즌별 r값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어요.

  • 전체 r: 0.9503이에요. 2025시즌 단독(0.927)보다 조금 높아요.
  • 시즌별 r 5개: 0.927(2025)부터 0.974(2022)까지, 어느 시즌을 잘라 봐도 전부 0.9보다 높아요. 2025시즌에만 나온 값이 아니었어요.

지난 글에서 "30팀으로는 부족하지 않나" 하고 찜찜했던 부분은, 5배의 데이터로 풀렸어요. 매년 반복되는 관계였어요.


"r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의 의미

한 가지 짚고 갈게요. 시즌을 늘려도 r값이 그대로라는 건, 그 관계가 시즌마다 안정적이라는 뜻이에요.

만약 득실차와 승률의 관계가 약하거나 불안정했다면, 시즌별 r이 크게 달랐을 거예요. 어떤 시즌은 0.95, 어떤 시즌은 0.6처럼요.

그런데 시즌별 r이 모두 0.9보다 높고, 합친 것도 0.95예요. 구단과 선수가 바뀌고 규칙이 조금씩 바뀌어도, 득점을 많이 하고 실점을 적게 한 팀이 많이 이긴다는 관계는 그대로였어요.

당연한 얘기로 들릴 수 있어요. 그래도 그 당연한 관계를 숫자로 확인했다는 것이 이 글의 결과예요.


이상치는 없었을까

점 150개 중에는 "튀는" 팀들도 몇 개 있어요.

  • 득실차는 낮은데 승률은 평균 이상인 팀 → 접전을 유난히 잘 잡았거나 운이 좋았던 팀
  • 득실차는 높은데 승률은 기대만큼 안 나온 팀 → 반대로 접전에서 많이 진 팀

이런 팀들은 r값을 낮춰요. 그런데도 r이 0.95라는 건, 나머지 대부분의 팀이 추세선 가까이에 모여 있다는 뜻이에요.

이상치도 그 자체로 재미있는 분석 대상이에요. "왜 저 팀은 득실차에 비해 승률이 이상했을까?"는 따로 한 편의 분석이 돼요. 하지만 그건 다음 질문이에요.


다음 질문

이제 1편에서 던진 질문에 답할 수 있어요.

득실차가 크면 정말 승률이 높은가?

그래요. 5시즌, 150개 팀 데이터로 확인했어요. 득실차와 승률은 매우 강한 양의 상관관계(r ≈ 0.95)를 가지고, 이 관계는 매 시즌 일관되게 유지돼요.

하지만 여기서 새로운 질문이 생겨요.

득실차가 승률을 결정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같이 움직이는 것뿐일까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는 다르다는 말을 들어 봤을 거예요. 0.95라는 숫자가 "득실차가 승률을 만든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둘 다 팀 실력이라는 숨은 원인을 따라 움직인다"는 뜻일까요?

이 질문은 다음 편에서 다룰게요.


이 분석은 직접 만든 도구 just-mlb로 했어요. 5시즌 산점도와 시즌별 r값을 직접 보고 싶다면 방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