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득실차, 다른 승률: 피타고라스 기댓값과 "운"의 정의

지난 글의 마지막에 이런 질문을 던졌어요.

득실차만으로는 부족하다면, 승률을 더 잘 설명하는 공식이 있을까?

5시즌 150개 팀에서 r = 0.95를 본 뒤, 그 0.95가 1에 못 미치는 나머지가 어디서 오는지를 짚었어요. 같은 득실차여도 승률이 다른 팀들이 있어요. 같은 +50점이라도, 6:5로 자주 이긴 팀과 10:0으로 한 번 이기고 1:0으로 두 번 진 팀의 승률은 달라요.

그러면 득실차 대신 RS(득점)와 RA(실점)를 따로 쓰는 공식이 있다면 그 나머지를 메울 수 있을까요?

야구 통계 쪽에 이미 그런 공식이 하나 있어요.


빌 제임스라는 사람

1970년대 후반, 빌 제임스는 미국 캔자스의 한 통조림 공장에서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야구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구단이나 학계에 속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이 사람의 이름이 빌 제임스(Bill James) 예요. 1977년부터 Baseball Abstract 라는 자료집을 직접 출판했고, 통계로 야구를 분석하는 방식을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 라고 이름 붙였어요. 영화 머니볼 로 알려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데이터 중심 운영도 이런 흐름의 영향을 받았어요.

그가 제안한 공식 중 하나가 이번 글의 주제예요. 형태는 이래요.

Expected Win%=RS2RS2+RA2\text{Expected Win\%} = \frac{RS^2}{RS^2 + RA^2}

풀어 쓰면 "득점의 제곱을 (득점의 제곱 + 실점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에요. 결과는 0과 1 사이의 숫자가 되는데, 빌 제임스는 이 값이 그 팀의 승률에 가깝다고 봤어요.

이름은 피타고라스 기댓값(Pythagorean Expectation) 이에요. 직각삼각형의 빗변 공식 a² + b² = c² 와 모양이 닮아서 붙은 이름이에요.


왜 하필 제곱일까

여기서 한 번은 의문이 생겨요. 왜 RS와 RA를 그냥 쓰지 않고 제곱할까요?

단순한 비율 RS / (RS + RA) 로 계산하면, 실제 승률보다 완만하게 나와요. 잘 이긴 팀의 승률은 낮게, 못한 팀의 승률은 높게 잡아요.

지수를 2로 올려 RS² / (RS² + RA²) 로 쓰면 더 잘 들어맞아요. 잘 이기는 팀은 더 높은 쪽으로, 못하는 팀은 더 낮은 쪽으로 결과가 벌어지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이해하면 돼요. 제곱하면 두 값의 비율이 더 벌어져요. RS=900, RA=600이면 1.5배 차이인데, 제곱하면 2.25배가 돼요. 그래서 단순 비율로는 0.6이지만, 제곱하면 810,000 / (810,000 + 360,000) ≈ 0.69가 돼요. 이 0.09 차이가 "큰 점수 차에는 큰 승률 차가 따른다"는 야구의 비선형성을 잡아줘요.

이 공식은 야구 데이터를 보고 어떤 형태가 잘 맞는지 찾은 공식이에요. 이름은 그리스 수학자에서 따왔지만, 본질은 경험적(empirical) 이에요.


5시즌에 적용해 보기

이 공식이 우리 데이터에서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가 진짜 질문이에요. 그래서 2021~2025, 5시즌 150개 팀의 RS, RA를 가져와 모든 팀의 피타고라스 기댓값을 계산했어요.

그리고 X축에 피타고라스 기댓값, Y축에 실제 승률을 놓고 산점도를 찍었어요. 대각선(y=x)도 함께 그었어요. 이 대각선 위에 점이 정확히 놓이면 "공식이 완벽하게 맞췄다"는 뜻이에요.

Q2 분석 페이지 산점도 — 5시즌 150팀, y=x 기준선

눈으로 봐도 답이 보여요. 점들이 대각선 주변에 촘촘하게 모여 있어요. 위아래로 조금씩 흩어져 있지만, 큰 흐름에서 벗어나는 점은 거의 없어요.


그런데 r은 거의 안 변했어요

숫자로 확인해 볼게요. Q1에서는 r(Diff, Pct) = 0.95를 얻었어요. 이번에 r(피타고라스, Pct)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Q2 페이지 수치 카드 — r=0.9511, MAE=0.0219 (≈3.5승), 시즌별 r

5시즌 150개 점에서 r = 0.9511 이 나왔어요. Q1의 0.9503과 비교하면 0.0008 차이예요. 거의 변화가 없어요.

솔직히 기대보다 작은 결과예요. "더 정교한 공식을 쓰면 r이 확 올라가겠지"라는 기대로 시작했는데, 지수를 2로 올린 비율 공식이 단순 뺄셈보다 거의 나아지지 않았어요.

이유를 따져 볼게요. r은 두 변수가 같이 움직이는 정도를 재요. Q1에서 봤듯 득실차와 승률은 정의상 강하게 묶여 있어요. 이미 0.95라는 건 "선형 관계로도 거의 다 설명된다"는 뜻이고, 공식을 더 정교하게 만들어도 r이 더 오를 자리가 별로 없어요.

그러면 피타고라스 기댓값은 의미가 없는 공식일까요? r만 보면 그렇게 보이지만, 다른 지표로 보면 달라요.


잔차 보기

피타고라스가 주는 건 공식이 예상한 승률이라는 구체적인 숫자예요. Q1의 r = 0.95는 "관계가 강하다"는 한 줄짜리 사실이지만, 피타고라스는 각 팀에 대해 "이 팀은 RS와 RA로 봤을 때 5할 8푼은 이겨야 한다"는 예측치를 내줘요.

예측치가 있으면 잔차(residual) 를 계산할 수 있어요.

잔차 = 실제 승률 − 피타고라스 예상 승률

같은 RS와 RA를 가진 두 팀 중 한 팀은 잔차가 +0.04이고 다른 팀은 −0.04라면, 두 팀은 같은 점수를 냈는데도 승률이 8%p 다르다는 뜻이에요. 그 차이는 공식이 설명하지 못하는 영역, 즉 점수의 분배와 운에서 와요.

이제 승률을 공식으로 설명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나눌 수 있게 됐어요.


평균 몇 승 빗나갈까

잔차를 보면 다음 질문이 따라와요.

그러면 이 공식은 평균적으로 얼마나 빗나갈까?

이걸 재는 표준 도구가 MAE(Mean Absolute Error, 평균 절대 오차) 예요. 잔차를 절댓값으로 바꿔서 평균을 내요. 음수와 양수가 서로 상쇄되지 않게 하려는 거예요.

5시즌 전체에서 MAE는 0.0219가 나왔어요. 승률 단위라 바로 와닿지 않으니 162경기로 환산해 볼게요.

0.0219 × 162경기 ≈ 3.55승

즉 피타고라스 공식은 평균적으로 시즌당 3.5승 정도 빗나가요. 공식이 "85승 해야 한다"고 예측한 팀이라면, 실제로는 대략 81승에서 89승 사이에 있다고 보면 돼요.

162경기에서 3.5승은 약 2%예요. RS와 RA 두 숫자만으로 그 팀의 시즌 승수를 평균 3.5승 오차로 맞출 수 있다는 뜻이에요.

r이 0.9503에서 0.9511로 거의 안 움직인 것만 보면 기대보다 작았지만, 이렇게 보면 쓸모가 분명해요. "두 변수가 같이 움직인다"는 사실에 더해, "RS와 RA만 알면 승수를 평균 3.5승 오차로 예측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말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운 좋았던 팀"과 "운 없었던 팀"

잔차의 상위와 하위에 어떤 팀이 있는지 볼게요.

잔차 Top/Bottom 10 — Mariners 2021 +14.8승, Padres 2023 −11.0승

5시즌 동안 공식보다 더 이긴 팀(잔차 양수, "운 좋았던 팀") 1위는 이 팀이에요.

2021 Mariners: 잔차 +0.091, 약 +14.8승

2021년 시애틀 매리너스는 RS와 RA만 보면 46.5%의 승률, 즉 75승 정도의 팀이었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90승을 했어요. 약 15승을 더 한 셈이에요.

반대편, 공식보다 덜 이긴 팀(잔차 음수, "운 없었던 팀") 1위는 이 팀이에요.

2023 Padres: 잔차 −0.068, 약 −11승

2023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RS와 RA로 보면 57.4% 승률, 약 93승 정도의 팀이었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82승에 그쳤고, 와일드카드에도 들지 못했어요. 매니 마차도·후안 소토·잰더 보가츠가 한 라인업에 있던, 시즌 전 우승 후보로 꼽혔던 팀이에요. RS와 RA만 봤다면 11승을 더 했어야 했어요.

공식 대비로 보면 두 팀의 차이는 약 25승이에요. 잔차의 폭이 그만큼 클 수 있다는 뜻이에요.


"운"이라는 단어를 정확히 쓰기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해요. 잔차가 +0.091이라고 해서 그게 모두 순수한 운은 아니에요.

피타고라스 기댓값이 잡지 못하는 부분에는 여러 요인이 섞여 있어요.

  • 접전을 잡는 능력: 좋은 마무리 투수, 클러치 타자, 노련한 감독
  • 부상자 분포: 8월에 주전 4명이 한꺼번에 다친 시즌과 그렇지 않은 시즌
  • 상대 팀 일정의 강약: 약팀과 강팀 중 누구를 자주 만났는지
  • 순수한 우연: 1점 차 경기 14번을 9승 5패로 끝낼지 7승 7패로 끝낼지

이 중에는 "실력"이라 부를 만한 것도 있고, "운"이라 부를 만한 것도 있어요. 데이터만으로는 둘을 나눌 수 없어요.

그래서 잔차 상위 팀을 보고 "운이 좋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이 팀은 RS와 RA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를 가졌다" 정도로 읽는 게 안전해요. 그 무언가가 실력이라면 다음 시즌에도 양의 잔차가 나올 거고, 운이라면 평균으로 회귀해서 사라질 거예요. 이걸 구분하려면 다음 단계의 분석이 필요해요.


Q1을 다시 읽기

Q1으로 잠깐 돌아가 볼게요. r = 0.95라는 숫자를 봤고, 1에 못 미치는 나머지를 두고 "같은 득실차여도 승률이 다른 팀이 있다"고 했어요.

피타고라스 기댓값을 거치고 나니, 그 나머지가 좀 더 분명해졌어요.

  • 일부는 점수를 어떻게 나눠서 냈는가에서 나와요. 이건 RS와 RA를 따로 쓰는 공식으로 잡혀요. r이 0.9503에서 0.9511로 조금 오른 부분이에요.
  • 그래도 남는 잔차는 잡기 어려운 부분이에요. 접전 결과, 부상, 일정 같은 것들이고, 평균 ±3.5승의 폭이에요.

다음 질문

여기까지 오니 또 의문이 생겨요.

빌 제임스는 지수를 2로 썼어요. 경험적으로 찾은 값이라고 했지만, 정말 2가 최적일까요? 1.83이 더 잘 맞는다는 얘기도 있어요. 어느 쪽이 맞을까요?

지수 2.0이 진짜 정답인가? 데이터로 직접 찾을 수 있을까?

이게 다음 글의 질문이에요. 1.5부터 2.5까지 0.01 간격으로 모든 지수를 시험해 보고, 어느 값에서 MAE가 가장 작아지는지 직접 볼게요. 그 결과가 시즌마다 달라지는지도 같이 볼게요.


이 분석은 직접 만든 도구 just-mlb로 했어요. Q2 분석 페이지의 산점도와 잔차 랭킹을 직접 보고, 응원하는 팀이 운 좋았던 팀인지 운 없었던 팀인지 확인해 보세요.